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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이배 위에서 스스로를 선장이라 착각하며 산다매트릭스는 영화가 아니었다. 2025. 5. 20. 13:00반응형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주말마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조금 빠듯하지만 해외여행 한 번쯤은 가는 삶.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이라고,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그렇게 믿게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다.
언제부터인가 ‘괜찮다’는 말 뒤에 항상 ‘근근이’라는 단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그럭저럭 살아요. 근근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누가 칭찬해주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지 문득문득 멈춰서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닫는다. 우리는 선장이 아니었다는 걸.
우리는 다만 가늘고 물에 젖기 쉬운 종이배 위에 앉아 있을 뿐, 그 배의 방향조차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단지 선장의 복장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적당한 연봉, 대출 있는 집, 사교육, 주말의 피로… 그 모든 게 내가 무언가를 이끌고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자본이 바람이고, 사회가 물살이며, 우리는 그 위에서 휘청거리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다.
중산층은 그렇게 설계됐다.
상류층은 흔들리지 않도록 구조를 세웠고, 하층은 포기하게 만들었으며, 중산층에게는 꿈을 줬다. ‘그래도 넌 될 수 있다’는 꿈.
그래서 버틴다. 그래서 자부심을 가진다. 그래서 무너져도 스스로를 탓한다.
왜냐면 ‘내가 선장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묻고 싶다.
그 종이배, 정말 내가 만든 걸까? 그 항로, 정말 내가 정한 걸까?
그리고… 그렇게까지 애써야 하는 이유가,
정말 나였을까?우리는 스스로를 선장이라 믿었지만, 사실은 종이배 위의 조용한 탑승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내 배’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진짜 방향을 고를 수 있을까?
이제는 그 질문이, 우리 삶의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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