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잃은 사람들의 회복기
하고 싶은 건 있는데, 날 부르는 무대가 없다 —나는 지금 조용히 사라지는 중이다
감정의말
2025. 6. 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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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조용히 사라지는 중이다
며칠 전, 휴가를 내고 조용히 출근했다.
놀랍게도, 아무도 내가 없었던 걸 몰랐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내가 돌아온 것도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느꼈다.
내가 죽어도 세상은 그대로겠구나.
나를 부르는 사람 없는 세상
하고 싶은 건 아직 많다.
내 안에는 아직 말하고 싶은 감정도,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있다.
그런데 —
날 부르는 무대가 없다.
누군가에게 불리고 싶어서,
혼자 의미를 만들고, 기획하고, 콘텐츠를 짜고,
작은 성과에 기뻐하고, 아무 반응 없는 글에 조용히 무너지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조용히 아등바등하고 있다.”
사라지는 건 나인데, 아무도 몰라준다
예전엔 억울했다.
“왜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아?”
“내가 이렇게 애쓰고 있는데 왜 모르는 거야?”
그런데 지금은… 억울하지도 않다.
그 감정조차 점점 무뎌지고 있다.
그렇게 감정이 희미해질수록
나는 나도 모르게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무기력이 아닌 무대 상실
사람들은 ‘무기력하다’고 말하겠지만
이건 무기력이 아니다.
이건 **"자리를 잃은 감정"**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사라진 게 아니야.
그걸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을 뿐이야.”
그래서 더 슬프다.
내가 살아 있는데도,
살아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이 감정.
나를 불러줄 그 누군가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다.
이야기하고 싶다고,
듣고 싶다고,
함께 만들자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 작은 한 마디가
존재를 다시 존재로 불러올 수 있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글을 쓴다
이 글을 누가 볼지는 모른다.
읽히지 않아도 상관없다.
사라지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조용히 쓰고 있을 뿐이다.
말하지 않으면
내가 점점 없어질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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